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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오랫동안 꿈꿔왔던 아기 고양이가 우리 집에 왔습니다! 설레는 마음도 잠시, 낯선 환경에 잔뜩 겁을 먹고 구석에 숨어버린 작은 생명체를 보면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괜찮습니다. 모든 초보 집사가 겪는 당연한 과정이니까요.
고양이에게 집은 '나의 영역'이라는 인식이 생기기 전까지, 세상에서 가장 낯설고 무서운 공간입니다. 이 낯선 공간이 세상 가장 편안한 안식처가 될 수 있도록, 입양 후 첫 1주일, '초보 집사 행동 강령'을 단계별로 알려드릴게요. 이것만 기억하세요: 조급함은 금물, 신뢰는 천천히!
1단계: '나와바리'를 선물하세요 (1~2일 차)
핵심 강령: "억지로 꺼내지 말고, 스스로 나오게 하라"
집에 온 첫날, 고양이는 99% 확률로 소파 밑, 침대 밑, 혹은 가장 구석진 곳에 몸을 숨길 겁니다. 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행동입니다. 이때 집사가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가 바로 억지로 꺼내려 하거나, 계속 말을 걸고 만지려 하는 것입니다.
- 안전 기지를 만들어주세요: 고양이가 스스로 선택한 '숨을 공간'을 존중해주세요. 대신, 조용하고 아늑한 방 하나를 '안전 기지'로 정해주세요. 이 방 안에 화장실, 밥그릇과 물그릇, 숨을 수 있는 박스(숨숨집), 부드러운 담요를 모두 넣어줍니다. 그리고 다른 공간은 잠시 문을 닫아두세요. 너무 넓은 공간은 아기 고양이에게 오히려 큰 불안감을 줍니다.
- 투명 인간이 되어주세요: 고양이가 있는 방에 들어갈 땐, 조용히 들어가서 밥을 채워주고 화장실을 치워주는 등 필요한 일만 하고 나오세요. 마치 내가 투명 인간인 것처럼 행동하는 겁니다. 고양이가 '이 사람은 나를 해치지 않는구나'라고 스스로 인식할 시간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2단계: 첫 식사와 첫 배변, 성공의 경험 (2~3일 차)
핵심 강령: "먹고 싸는 것만 잘해도 100점짜리 집사"
경계심이 심한 고양이라도 배고픔과 배변 욕구는 참을 수 없습니다. 첫 식사와 첫 배변의 성공적인 경험은 고양이에게 엄청난 안정감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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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식사, 이렇게 준비하세요:
- 기존 사료 그대로: 입양 전 먹던 사료를 그대로 급여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갑자기 사료가 바뀌면 스트레스로 설사를 할 수 있습니다.
- 습식 사료의 유혹: 건사료를 잘 먹지 않는다면, 냄새가 매력적인 습식 사료나 츄르를 소량 섞어 유도해보세요.
- 조용한 환경: 밥 먹는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지 마세요! 사람이 없을 때 몰래 나와서 먹고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릇이 비워져 있다면 아낌없이 칭찬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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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화장실 교육, 어렵지 않아요:
- 화장실 위치: 고양이의 '안전 기지' 안에, 밥그릇과 최대한 떨어진 구석진 곳에 놓아주세요. 고양이는 본능적으로 식사 공간과 배변 공간을 분리합니다.
- 모래 종류: 입양 전 사용하던 모래와 같은 종류의 모래를 사용하는 것이 성공 확률을 높입니다.
- 신호를 포착하세요: 고양이가 바닥 냄새를 맡거나 앞발로 긁는 시늉을 한다면 화장실에 살포시 데려다주세요. 배변에 성공했다면 즉시 그 자리를 떠나 혼자만의 시간을 주세요.
3단계: 조심스러운 첫 교감 (4~5일 차)
핵심 강령: "손보다 장난감, 말보다 눈인사"
고양이가 슬슬 밤이나 새벽에 나와 집을 탐색하기 시작하고, 당신의 존재에 조금 익숙해졌다면 이제 교감을 시도해 볼 시간입니다.
- 낚싯대 장난감으로 거리 좁히기: 아직 손길을 무서워하는 고양이에게 최고의 친구는 '낚싯대'입니다. 손을 직접 뻗지 않고도 멀리서 놀이를 통해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깃털이나 방울이 달린 낚싯대를 살살 흔들어 사냥 본능을 자극해보세요.
- 고양이식 눈인사, '눈 키스': 고양이가 당신을 빤히 쳐다본다면, 눈을 마주치고 천천히 깜빡여주세요. 이것은 고양이의 언어로 "나는 널 믿어, 적의가 없어"라는 최고의 신뢰 표현입니다. 고양이도 당신을 향해 눈을 깜빡여준다면, 당신을 집사로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증거입니다.
4단계: 영역을 넓혀주세요 (6~7일 차)
핵심 강령: "탐색의 자유를 허락하되, 위험 요소는 미리 제거하라"
안전 기지에서 자신감을 얻은 고양이는 이제 다른 공간을 궁금해하기 시작합니다. 방문을 조금 열어두어 고양이 스스로 새로운 영역을 탐험할 기회를 주세요.
- 위험 요소 체크: 전선, 약품, 작은 장난감, 비닐봉지 등 고양이가 삼킬 수 있거나 위험한 물건들은 미리 치워주세요. 특히 창문과 방충망이 잘 닫혀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 숨을 곳은 여전히 필요해요: 거실로 나온 고양이가 놀라서 숨을 만한 소파 밑이나 가구 틈은 그대로 유지해주세요. 집 전체가 안전하다고 느끼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새끼 고양이의 첫 1주일은 앞으로 15년 이상 함께할 반려 생활의 가장 중요한 초석을 다지는 시간입니다. 조급한 마음에 서두르기보다, 고양이의 시간을 묵묵히 기다려주세요. 당신의 인내와 사랑을 자양분 삼아, 겁 많던 작은 고양이는 어느새 당신의 무릎에 올라와 골골송을 부르는 세상 가장 사랑스러운 가족이 되어있을 겁니다.
새끼 고양이 입양에 대해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집에 온 첫날부터 새끼 고양이가 아무것도 안 먹는데 괜찮을까요? A: 네, 괜찮습니다. 극도의 긴장과 스트레스로 인해 입양 후 24시간, 길게는 48시간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억지로 먹이려 하지 마시고, 신선한 물과 사료를 조용한 곳에 두고 스스로 먹을 때까지 기다려주세요. 단, 이틀 이상 거부한다면 건강 이상 신호일 수 있으니 병원 상담이 필요합니다.
Q2: 고양이가 화장실이 아닌 이불이나 소파에 실수를 해요. 어떻게 하죠? A: 이는 '실수'가 아닌 '신호'일 수 있습니다. 화장실 위치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너무 시끄럽거나 밥그릇과 가까움), 모래 종류가 싫거나, 혹은 스트레스를 표현하는 방법일 수 있습니다. 배변 냄새를 완벽히 제거하고, 화장실을 더 조용하고 안정적인 곳으로 옮겨보거나 다른 종류의 모래를 시도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Q3: 새끼 고양이가 자꾸 제 손이나 발을 물고 할퀴어요. 어떻게 고치나요? A: 아기 고양이에게 손은 살아 움직이는 최고의 장난감입니다. 어릴 때부터 손으로 놀아주는 버릇을 들이면, 성묘가 되어서도 무는 습관이 남을 수 있습니다. 손 대신 반드시 낚싯대나 인형 같은 장난감을 이용해 놀아주시고, 손을 물려고 할 땐 "안돼"라고 단호하게 말한 뒤 자리를 피해서 '손을 물면 놀이가 끝난다'는 것을 인식시켜주세요.
Q4: 집에 오자마자 동물병원에 데려가서 검진을 받아야 할까요? A: 아니요, 며칠의 적응 기간을 가진 뒤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낯선 집으로 온 것만으로도 큰 스트레스인데, 바로 병원의 낯선 환경과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것은 아기 고양이에게 큰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최소 3~4일 이상 집에서 안정을 취하며 식사와 배변 활동이 정상적인지 먼저 확인한 후, 상태가 안정되었을 때 병원에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Q5: 새끼 고양이가 밤에 너무 심하게 울고 잠을 안 자요. 왜 그런가요? A: 어미와 형제들과 떨어져 혼자 남겨졌다는 불안감과 외로움 때문에 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야행성인 고양이의 특성상 밤에 활동량이 늘어나는 것도 한 이유입니다. 자기 전에 낚싯대 등으로 신나게 놀아주어 에너지를 소모시키고, 체온과 비슷한 온도의 물주머니나 똑딱이는 시계를 수건에 감싸 둥지에 넣어주면 어미의 온기와 심장 소리처럼 느껴져 안정감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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