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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양이는 아픈 곳 없이 밥도 잘 먹고 잘 놀아요."
많은 집사님들이 이렇게 생각하며 건강검진을 차일피일 미루곤 합니다. 하지만 고양이는 '아픔을 숨기는 데 도사'라는 사실을 아시나요? 야생의 습성이 남아있어, 약점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본능 때문에 웬만큼 아프지 않고서는 티를 내지 않습니다. 증상이 눈에 보일 때쯤이면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죠.
따라서 고양이 건강검진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특히 고양이의 시간은 사람보다 5~7배 빠르게 흐르기 때문에, 정기적인 검진은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반려묘의 건강한 삶을 지켜주는 가장 확실한 사랑의 표현입니다. 오늘은 연령대별 최적의 건강검진 주기와 필수 항목을 전문적인 이유와 함께 꼼꼼히 짚어드리겠습니다.
1. 자묘기 (~1살): 건강한 평생의 주춧돌을 놓는 시기
갓 태어난 아기 고양이의 첫 1년은 앞으로의 평생 건강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 검진 주기: 예방접종을 위해 보통 생후 2개월부터 한 달 간격으로 병원에 방문하게 됩니다.
- 필수 항목:
- 기본 신체검사: 체중, 체온, 심박수 측정 및 전반적인 신체 발달 상태를 확인합니다. 선천적인 기형이나 유전 질환이 있는지 꼼꼼히 살핍니다.
- 종합 예방접종: 각종 치명적인 전염병을 막기 위한 종합백신(3~4회)과 광견병 백신 접종을 완료합니다.
- 내/외부 구충: 회충, 촌충 등 내부 기생충과 벼룩, 진드기 등 외부 기생충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예방약을 적용합니다.
- 백혈병/에이즈(FeLV/FIV) 키트 검사: 다른 고양이와의 접촉이 있었거나 어미를 알 수 없는 경우, 치명적인 면역계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 중성화 상담: 성 성숙이 이루어지기 전(생후 5~6개월) 중성화 수술의 장점과 적절한 시기에 대해 상담합니다.
2. 성묘기 (1살 ~ 6살): '정상 수치'를 확보하고 변화를 감지하는 시기
가장 건강하고 활발한 시기이지만, 각종 질병이 조용히 싹트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 시기 검진의 핵심은 '우리 아이만의 건강 기준선(Baseline Data)'을 만들어 두는 것입니다.
- 검진 주기: 최소 1년에 한 번
- 필수 항목:
- 종합 신체검사: 체중 변화, 비만도(BCS) 체크, 근육량 평가 등 성묘에게 필요한 세밀한 신체검사를 진행합니다.
- 구강 검사: 치주 질환은 만병의 근원. 치석, 치은염, 치주염 등 구강 상태를 꼼꼼히 확인합니다.
- 기초 혈액검사 (전혈구검사 CBC & 혈청화학검사):
- CBC: 빈혈, 염증, 감염 여부 등을 파악합니다.
- 혈청화학검사: 간(ALT, ALP), 신장(BUN, CREA) 등 주요 장기의 기능 상태를 평가합니다. 이 시기에 측정해 둔 '정상 수치'는 노령기에 질병을 진단하는 매우 중요한 비교 자료가 됩니다.
- 기초 소변검사: 혈뇨, 단백뇨, 요비중 등을 통해 신장 기능과 요로계의 이상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습니다.
3. 노령기 (7살 이후): '침묵의 질병'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시기
7살을 넘어가면서 고양이의 노화는 급격히 진행됩니다. 특히 만성 신부전, 갑상선 기능 항진증, 심장병 등은 노령묘의 삶의 질을 위협하는 3대 질병으로, 대부분 뚜렷한 증상 없이 진행됩니다.
- 검진 주기: 6개월에 한 번 (사람으로 치면 2~3년에 한 번 검진하는 것과 같습니다)
- 필수 항목 (성묘기 검사 항목 포함):
- 정밀 혈액검사:
- SDMA 검사: 기존 신장 수치(BUN, CREA)보다 훨씬 더 이른 단계(신장 손상 25~40%)에서 만성 신부전을 진단할 수 있는 중요한 조기 마커입니다.
- T4 (갑상선 호르몬) 검사: 노령묘에게 흔한 '갑상선 기능 항진증'을 진단합니다. 잘 먹는데도 살이 빠지고, 예민해지며, 밤에 우는 증상의 원인일 수 있습니다.
- 혈압 측정: 고혈압은 신부전, 갑상선 기능 항진증, 심장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통증 없이 간단하게 측정 가능하며, 망막 손상이나 신경 증상을 예방하기 위해 필수적입니다.
- 영상 검사 (X-ray, 초음파):
- 흉부 X-ray: 비대성 심근병증(HCM) 등 심장의 크기와 형태를 평가하고, 폐의 이상을 확인합니다.
- 복부 초음파: 혈액검사로 알 수 없는 장기의 구조적인 이상(종양, 낭종, 결석 등)을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정밀 혈액검사:
매년 건강검진에 드는 비용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기에 발견하면 간단한 처치나 관리로 끝날 질병을, 시기를 놓쳐 큰 수술과 장기적인 투병으로 이어진다면 훨씬 더 큰 비용과 고통이 따르게 됩니다. 정기적인 건강검진은 불필요한 지출이 아닌, 사랑하는 반려묘와 오랫동안 행복하게 함께하기 위한 가장 확실하고 현명한 '투자'입니다.
고양이 건강검진에 대해 자주 묻는 질문 (FAQ)
Q1: 건강검진 비용은 보통 어느 정도인가요? A: 비용은 병원과 검사 항목의 범위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기본적인 신체검사와 혈액검사, 소변검사를 포함하는 성묘 기본 검진은 보통 15~25만 원 선이며, 초음파와 호르몬 검사 등이 추가되는 노령묘 정밀 검진은 30~50만 원 이상이 될 수 있습니다. 검진 전 병원에 문의하여 검사 항목과 비용에 대해 상담받는 것이 좋습니다.
Q2: 집고양이라 밖에 안 나가는데, 예방접종을 매년 해야 하나요? A: 네,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바이러스는 사람의 옷이나 신발에 묻어 집 안으로 유입될 수 있습니다. 또한, 항체는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하기 때문에, 매년 추가 접종을 통해 충분한 방어력을 유지해주는 것이 안전합니다. 다만, 고양이의 건강 상태나 생활 환경에 따라 접종 주기는 수의사와 상의하여 조절할 수 있습니다.
Q3: 건강검진 전에 금식을 꼭 해야 하나요? A: 네, 혈액검사와 초음파 검사의 정확도를 위해 최소 8시간 이상의 금식(물은 가능)이 필요합니다. 음식 섭취는 혈당이나 특정 혈액 수치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위에 음식이 차 있으면 초음파 검사 시 다른 장기를 가려 정확한 관찰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Q4: 고양이가 병원을 너무 싫어하는데, 스트레스를 줄일 방법이 있을까요? A: 이동장을 평소에 숨숨집처럼 사용하여 익숙하게 만들어주고, 이동장 안에 집사의 냄새가 밴 담요나 고양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넣어주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또한, 고양이의 불안을 완화하는 합성 페로몬 스프레이(펠리웨이 등)를 이동장 내부에 미리 뿌려두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방문 전, 고양이 진료에 특화된 병원(ISFM 인증 등)인지 확인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Q5: 혈액검사 결과가 정상 범위 안에 있으면 완전히 건강한 건가요? A: 정상 범위(Reference Range)는 건강한 고양이들의 평균적인 수치일 뿐, 절대적인 기준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어떤 고양이의 평소 신장 수치(CREA)가 0.8이었는데, 다음 검진에서 1.5로 올랐다면 정상 범위 안에 있더라도 신장 기능이 50% 가까이 저하되었음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성묘 시절 '우리 아이만의 정상 수치'를 미리 파악해두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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