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설사의 원인, 단순 배탈 vs 질병 신호 구별법

고양이의 변 상태는 건강을 알려주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평소와 달리 묽은 변이나 물처럼 쏟아내는 설사를 보면, 집사는 덜컥 겁부터 나기 마련이죠. "혹시 어디 아픈 건 아닐까?" 걱정하면서도, "어제 간식을 좀 많이 줘서 그런가?" 하고 넘겨야 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고양이 설사는 매우 흔한 증상이지만, 그 원인은 가벼운 배탈부터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질병까지 매우 다양합니다. 오늘은 집에서 지켜봐도 괜찮은 '일시적인 설사'와, 즉시 병원으로 달려가야 하는 '위험한 설사'를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을 알려드릴게요.

1. "일단 지켜보세요" - 일시적인 원인으로 인한 설사

아래와 같은 경우, 고양이는 다른 특별한 증상 없이 설사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하루 이틀 내에 자연스럽게 호전되며, 고양이의 활력이나 식욕은 정상인 것이 특징입니다.

  • 식이 변경: 갑자기 사료를 바꾸거나, 기존 사료와 다른 종류의 단백질이 든 간식을 먹었을 때 소화기가 적응하지 못해 일시적으로 설사를 할 수 있습니다.
  • 과식 또는 기름진 음식 섭취: 평소보다 많은 양의 사료를 먹거나, 사람이 먹는 기름진 음식을 섭취했을 때 소화 불량으로 설사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 가벼운 스트레스: 낯선 사람의 방문, 단기간의 환경 변화 등 가벼운 스트레스가 소화기계에 영향을 주어 일시적으로 장 기능이 저하될 수 있습니다.
  • 유당불내증: 새끼 고양이가 아닌 성묘에게 사람이 마시는 우유를 급여했을 경우, 유당을 분해하지 못해 설사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 집사의 대처법

  1. 반나절 금식: 설사가 심하지 않다면, 4~6시간 정도 사료를 주지 않고 위장이 쉴 시간을 주세요. (단, 12시간을 넘기지 않도록 주의하며, 물은 자유롭게 마실 수 있게 해주세요)
  2. 원인 제거: 최근에 바꾼 사료나 간식이 있다면 급여를 중단하고, 원래 먹던 음식으로 돌아갑니다.
  3. 상태 관찰: 설사가 멈춘 후, 활력이나 식욕이 정상으로 돌아왔는지, 변 상태가 다시 좋아지는지 꼼꼼히 확인합니다.

2. "지금 당장 병원으로!" - 질병을 의심해야 하는 위험 신호

단순 배탈이 아닌, 질병으로 인한 설사는 아래와 같은 '동반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나라도 해당한다면 절대 지켜보지 말고 즉시 동물병원에 방문해야 합니다.

① 24시간 이상 지속되는 설사 하루가 지나도 호전되지 않고 설사가 계속된다면, 이는 단순 소화불량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어린 고양이나 노령묘는 설사로 인한 탈수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어 위험할 수 있습니다.

② 다른 증상을 동반하는 설사

  • 구토: 설사와 구토를 함께 한다면 바이러스성 장염, 췌장염, 이물질 섭취 등 심각한 질병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 기력 저하: 축 늘어져 잠만 자거나, 장난감에도 반응하지 않고 숨어만 있습니다.
  • 식욕 부진: 평소 좋아하던 간식이나 사료를 완전히 거부합니다.
  • 탈수 증상: 잇몸이 마르거나, 목덜미 피부를 살짝 당겼다 놓았을 때 바로 돌아오지 않고 천천히 돌아옵니다.

③ 변의 색깔이나 형태가 비정상적인 설사

  • 혈액이 섞인 설사 (혈변): 선홍색 피가 섞여 나오거나, 변 전체가 검붉거나 짜장면 같은 흑색 변을 본다면 장내 출혈을 의미하는 응급 상황입니다.
  • 점액질이 섞인 설사: 콧물 같은 끈적한 점액질이 함께 나온다면 대장 쪽의 염증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 기생충이 보이는 설사: 변에 하얀 실이나 쌀알 같은 기생충이 보인다면 즉시 구충 치료가 필요합니다.
  • 심한 악취가 나는 설사: 평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악취가 나는 경우, 특정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위험한 설사의 주요 원인 질환

  • 감염성 질환: 범백혈구 감소증(범백), 코로나 바이러스 등 바이러스 / 살모넬라 등 세균 / 지알디아, 트리코모나스 등 원충 감염
  • 염증성 장질환 (IBD): 장에 원인 불명의 만성적인 염증이 생기는 질환
  • 췌장염: 소화 효소를 분비하는 췌장에 염증이 생기는 심각한 질환
  • 음식 알레르기: 특정 음식 성분에 대한 면역계의 과민 반응
  • 기타: 갑상선 기능 항진증, 신부전, 종양 등 전신 질환의 한 증상

고양이 설사는 가볍게 넘길 수도 있지만, 때로는 생명을 다투는 질병의 첫 신호일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설사 외 다른 증상이 있는가?'를 면밀히 살피는 집사의 관찰력입니다. 조금이라도 평소와 다르거나 의심스러운 점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전문가인 수의사의 진료를 받는 것이 현명한 판단입니다.

고양이 설사에 대해 자주 묻는 질문 (FAQ)

Q1: 고양이가 설사를 할 때, 사람이 먹는 지사제를 먹여도 되나요? A: 절대 안 됩니다. 사람이 먹는 의약품은 고양이의 몸무게나 대사 과정에 맞지 않아 심각한 부작용이나 중독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특히 일부 지사제 성분은 고양이에게 매우 치명적일 수 있으므로, 모든 약물은 반드시 수의사의 처방에 따라서만 투여해야 합니다.

Q2: 설사 후 식사는 어떻게 줘야 할까요? 닭가슴살을 삶아줘도 되나요? A: 일시적인 설사 후 회복기에는 소화에 부담이 적은 음식이 좋습니다. 기름기 없이 삶은 닭가슴살을 소량 주거나, 동물병원에서 판매하는 소화기 질환용 처방식 캔(습식 사료)을 급여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평소 먹던 건사료를 미지근한 물에 불려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Q3: 아기 고양이(자묘)가 설사를 하는데, 더 위험한가요? A: 네, 훨씬 더 위험합니다. 아기 고양이는 성묘에 비해 면역력이 약하고 체구가 작아, 설사로 인한 탈수나 전해질 불균형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어 생명이 위독해질 수 있습니다. 또한, 범백이나 기생충 감염의 위험도 높습니다. 아기 고양이가 설사를 한다면, 다른 증상이 없더라도 즉시 병원에 데려가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4: 유산균(프로바이오틱스) 급여가 설사 예방에 도움이 되나요? A: 네,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유산균은 장내 유익균의 균형을 맞춰 장 건강을 튼튼하게 하고, 면역 체계를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이는 스트레스나 가벼운 식이 변화로 인한 일시적인 설사를 예방하고, 만성적인 설사 증상을 완화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단, 치료제는 아니므로 보조적인 수단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Q5: 병원에 갈 때, 고양이 변을 챙겨가야 하나요? A: 네, 가능하다면 챙겨가는 것이 진단에 매우 큰 도움이 됩니다. 신선한 변(채취 후 12시간 이내)을 깨끗한 비닐이나 용기에 담아 가져가면, 현미경 검사를 통해 기생충 감염 여부나 세균의 상태, 혈액 포함 여부 등을 직접 확인할 수 있어 더 빠르고 정확한 원인 파악이 가능합니다.